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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나의 대나무숲 ㅠ-ㅠ

[엄마와 딸 관계 #1] 나의 자존감 도둑, 애증관계, 감정쓰레기통, 멀고도 가까운 그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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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딸 관계 시리즈(?)는 저의 영원한 풀리지 않는 숙제같은, 엄마에 대한 애증의 마음을 조금이나 담담하게 바라보고 개선해보고자 제 자신을 위해 쓰는 일기입니다. 오히려 누구에게도 말 못할 마음을 온라인이라는 익명성에 기대어 대나무숲처럼 풀어내고자 합니다. 응원해 주세요. *


 외면하고 싶고, 절연하고 싶은 모녀관계

요 며칠 쉽지 않은 날들의 연속이다. 친정엄마와 남편, 토끼같은 딸과 한집에 사는데 나는 친정엄마와 말을 섞지 않고 눈길도 마주하지 않은 날이 어느덧 2주가 지났다. 

말을 해 볼까 하다가도, 이미 나 스스로 지친 상태라 10년 넘게 반복되어 오는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눠봐도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점, 또 다시 감정적인 대화로 서로 마음의 상처만 얻을 것이라는 결론 등에 그냥 외면해 버리고 만다.

 남편에게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건, 우선 내 마음을 들어주고 다독여주고 그리고 남편의 생각을 말해주기에 나도 어느정도 수긍하고 인지하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엄마와는 그게 안된다.

엄마는 내 감정을 컨트롤 하려 하고 (ex. 그걸 왜 서운해해? 서운해하지마), 비아냥거리고 (ex. 거참 대단하다, 참 잘났어), 논리적으로 대화가 안되면 결국 "어디서 감히 엄마한테!" 라던가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또는 "너 아빠 안계시다고 나 무시하냐?"라는 극단적 감정어로 대화를 종결시켜 버린다.

 내가 원하는 건 그냥 엄마의 따뜻한 말 한다마였을 뿐이었는데... "서운하니? 그래.. 서운할 수도 있겠다. 네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닌데.. 지금 엄마입장에서는 네 오빠가 매우 마음에 걸린단다. 너는 항상 잘 커주고 너 스스로 잘 하기에 엄마가 너 덕분에 여태 오빨 더 신경쓸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맙다. 그래두 딸아, 너도 많이 힘들면 말하렴, 그 때 엄마가 여력이 되면 너도 도와줄게. 지금은 우리 오빠에게 조금만 더 힘을 주자" 라고 말해줬다면 그렇게 내 맘에 대못이 꽂혔을까? 엄마에게 이렇게 말해주길 바라는 건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기적같은 것일까.

  결국 엄마는 "서운하니? 그런걸로 서운해 하지마. 그러니까 누가 도움 하나 못주는 그런 시댁만나래? (정확히는 남편이랑 결혼하래? 라고 했다..) 나도 오빠 도와줄 때마다 너 눈치보여서 힘들다." 라고 말씀 하셨다. 

  그리고 난.. 그냥 손을 놨다. 마음에서 들끓는 말을 수백 수천인데, 그냥 포기상태가 되어버렸다. 내가 무슨 말을 한들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나. 아 지긋지긋하다. 지친다, 이제 그만 하련다.


접점을 최소화하자. 나도 좀 살자

 둘찌도 품고 있는데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매일 눈물이 났고 매일을 밤낮없이 울었다. 울다가 첫째가 하원할 때면 앞에서 눈물 안보이려고 또 굳게 마음먹고, 첫째를 재우고 나서 또 지난 10년 이상 기간 동안 설움이 폭발해서 나를 내가 힘들게했다. 태교는 커녕 온갖 부정적인 마음으로 힘들어하는 엄마이기에 너무 미안했다. 그러면서 또 첫째한테도 미안했다. 눈치보는 남편에게도 미안했다. 모든게 다 미안했다.

 그러다가 선택한 방법이 접점을 최소화 하는 것이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면 그냥 놓자. 내려놓자. 심하게 말하면 더 이상 얼굴 보지 않고 살 방법을 찾자. 이사를 하고, 절연을 하자. 차라리 그게 낫겠다 싶었다. 

 이사갈 집을 알아봤다. 사실 2주택자라 전세자금도 안나오고, 친정집이 남편 직장과 엄청 가까워 잠깐 들어와서 살자였는데.. 막막했다. 이사를 가게되면 남편 벌이는 전부 다 주거비로 들어갈테니 난 복직을 해야했고, 이제 곧 태어날 둘째는 누가 봐주나.. 시터를 써야하나, 시터를 어디서 구하지. 등등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그래도 일을 벌어졌고, 해야지 하는 마음. 또 내가 꼭 성공해서 양가 도움 없이도 우리아이들 잘 키우고 잘 살아야지 하는 의지가 굳건해 졌고, 그렇게 하나하나 미션 클리어 해 나가던 중, 대체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계기는 뭘까? 나도 엄마도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생각하기에 서로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을텐데 우리만 이러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한 책,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너무 공감되었다. 어쩜 세상에 이런 엄마와 딸이 많을까 싶기도 하고, 대체 왜 이러는 건가 무슨 DNA가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 와.. 엄마도 내 엄마이기 전에 외할머니의 딸이었을텐데, 어쩜 이렇게 안바뀌는건가 싶고. 앗, 나는 내 딸 지호에겐 이런 감정유산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은데. 하 나도 모르게 부지불식간에 나오면 어떻게 하지? 라는 걱정도 쓰나미급으로 밀려왔다.

 마지막 부분이었던 "왜 내마음대로 살지 못했을까?" 챕터를 읽다가는 어쩜 이리 다 내 이야기 같을까 싶어 갤탭에 그적여도 봤다.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책 + 나의 이야기

 엄마가 내가 커오면서 했던 말이었다. 내가 성인이 되고서는 내가 하고픈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고 주장하면 할 수록 우린 더 부딪혔다. 웃겼던 건, 그렇게 부딪혔다가도 결국 나는 엄마 말이 맴돌아 100% 나의 뜻대로 하지 못하고 엄마 의견을 30~40%는 따랐다는 것이다. 나도 참.... 답이 없었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와.. 진짜 이러는건가? 싶은 구절도 있었다.

  '딸보다는 아들'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있는 엄마들

책 p.140

 "아이들에겐 절대 말 못하지만, 아들한테 관심이 더 가는 건 사실이야. 물론 딸도 예쁘지만 아무래도 나랑 자꾸 비교하게 되더라구. 딸의 어떤 점이 나의 단점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나를 보는 것 같아 싫을 때가 있어. 반대로 나보다 뛰어난 부분이 보이면 질투심이 생기더라니까"
 "그런데 아들은 나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아들에게는 우월감도, 열등감도 느껴지지 않고 그냥 무조건 사랑스러워. 이런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야."

  정말 그런걸까? 그래서 내가 아무리 잘 해도 결국 오빠를 뛰어넘을 수 없는걸까? 난 엄마에게 오빠보다 더 소중한 손가락이 될 순 없는걸까? 이건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건가? (라고 쓰고 있으면서도, 더 아픈 손가락이 된들. 되고 싶지도 될 마음도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책을 다 읽진 않았지만, 꽤나 엄마의 심리. 특히 아들을 둔 엄마, 딸을 둔 엄마의 심리를 조금이나 엿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난 지금도 또 다짐한다. 난 절대, 우리 딸 지호와 아들 리치를 생물학적으로도 편애하는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둘 다 나에겐 너무 보물같은 자식이고, 내가 그들을 세상에 태어나게 했으며 나에겐 그들을 소중하게 키워내고 잘 자립시킬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걸. 단, 애들이 독립해서도 가끔 힘겨워할 땐 심적, 물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력과 체력을 갖춰놓겠다고. 혹여 상황이 내 마음대로 통제가 안될 땐, 무엇보다 내 아이들의 마음을 잘 어루만지고 다독일 수 있는 그런 지혜와 따뜻한 마음을 항상 겸비하겠다고.

 오늘도 다시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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