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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나의 대나무숲 ㅠ-ㅠ

[엄마와 딸 사이#3] 딸의 남자친구(혹은 남편)는 영원히 맘에 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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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랑 한공간에 있는 접점을 최소화하려고 부단히도 서로가 애쓰는 중.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마음이 슬프고 심란하긴 하지만,
이 또한 겪어내야 할 건전한 상실과 정서적 분리라고 생각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려 오늘도 엄마와 딸 사이를 다룬 책을 읽습니다 *



마음이 복잡할 땐, 역시나 책을 통해 위로 받는게 제일 좋다. 오늘도 펴 본, 엄마와 딸 관계에 대한 책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중에 오늘은 ‘딸의 남자친구’라는 부분에 대해 포스팅 하려고 한다.

딸은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 아니다.


 며칠전 15년지기 친구를 만나 그간 있었던 일(엄마와의 다툼)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감정이 많이 차분해진터라, 흥분하지 않고 생각정리를 할 수 있었는데..잘 들어주는 친구와의 대화였던지라 더 생각이 또렷해 진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대체 내가 왜 이렇게까지 엄마에게 화가 난 건지’에 대해, (사실 엄마-오빠-나의 관계에 있어, 엄마에게 느끼는 서운함은 근 20년간 쌓여져온 케케묵은 감정이라 새로울 것이 없는데) 그 이유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남편과 결혼해서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소중한 지호를 얻어 키우고 있고, 또 유니콘처럼 찾아온 소중한 둘째를 뱃속에 품고 있었는데... 그러한 딸 앞에서 “누가 00랑(남편이름) 결혼하래? 누가 도움 하나 못주는 그런 시댁 만나래?”라고 했던 엄마의 말이..떠올리면 비수가 되어 온몸에 박히는 그 아픈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지호를 예뻐하고 리치 초음파 사진을 궁금해하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이중적이고 가식적으로 보여서 몸서리치게 미웠다. 나와 남편의 사랑의 결과물들인데..남편은 부정하면서 그 결과물들은 예뻐하는 모습이 더 못마땅하고 보기 싫어, 내 마음이 더 단단히 닫혀져 갔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엄만 나의 이런 마음을 1도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남편에게 전해 들은 말로는, 엄마가 하소연할 때 "내가 사춘기인가? 오빠한테 왜 이리 시샘하는건지..ㅉㅉ"라고 하셨다니.. 역시 좁혀지지 않은 간극이 크다 생각했다.


딸의 남자친구 or 딸의 남편

딸의 남자친구 중

(책 발췌)
엄마가 남자친구의 사소한 결점을 지적하고 나면, 그 사람의 결점이 신경 쓰였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본가에 가니 엄마는 "그 남자와 어떻게 됐니?"하고 물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안만난다고 하자, 엄마는 "잘됐다. 역시 직업이 탄탄한 사람이 좋지" 대신에 "정말? 좋은 사람이었잖아. 다정하고 똑똑한 사람이었는데 왜 헤어졌어?"라고 물었다.
“엄마가 싫다고 해서 헤어졌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렇게 말해봤자 엄마는 “무슨 소리야? 난 헤어지라고 한 적 없어”라고 태연하게 반론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제 돌이켜 보면, 왜 나는 “내가 선택한 사람에 대해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하고 엄마의 말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했던게 마음에 두고두고 남는다.


기억이 난다. 2021년 3월 7일, 가족과 친척들 그리고 내 소중한 지인을들 모셔놓고 앞에서 낭독했던 혼인 선언문.
"'배우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앞에 서 있는 이 배우자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그래서일까. 결혼식장에서 혼인선언문 속에 넣었던, “배우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인데..그 배우자에 대해 부정하는 엄마의 말에 분노만 느꼈을 뿐, 그 때 바로 맞받아치지 못했던게 이렇게 두고두고 내 마음을 스크류 드라이버처럼 아프게 파고들 줄이야.

돌이켜보면 항상 그랬다.
나는 엄마 맘에 들지 않은 사람들만 만났다.

1. 고3 수능이 끝나기 전엔 나는 남자사람친구에겐 1도 관심이 없었고,
2. 수능이 끝나고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동창생과 인사를 하고,  광주 경양식 돈까스집에서 처음으로 남사친과 외식이라고 해야 하나 데이트라고 해야하나.. 암튼 외출을 했을 때도, 엄마는 “편한 친구처럼 지내라”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나는 엄마에게 그 아이를  사귈생각이 있다라거나, 좋아한다거나 말하긴 커녕 호감이 있었다거나 하지도 않았었다.)
3. 소위 명문여대에 입학해서 내놓으라는 대학생 남학우들과 소개팅과 미팅을 할 때도, sky대 학생에 대해 말하면 그래? 하시며 귀를 기울이다가도 사귀는 것 보다는 친구처럼 지내라 하셨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사귀는 사이면 사귀는 거고, 그냥 남자사람친구면 남자사람친구지..사귀지는 안되, 그냥 동네친구는 아닌 친구로 지내라는 건 대체 뭔가..? 싶었다.)
4. 그러다가 소위 학력은 별로이지만 잘생기고 사람 착하고 좋은 오빠를 만나 잠깐 연애했다. 그 때 엄마와 대판 싸웠던 기억이 난다. 나는 내가 결혼할 것도 아니고(22살이었다..) 그냥 나름 가볍게(?, 그 이윤 그 오빤 어짜피 일본으로 유학을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길게 사귀어도 3갤이었다) 만날 사람인데 좋아서 만나보려는 건데 왜 저렇게 뒤집어지나 의아해 했던 기억이 남았다. 결국 엄마는 3개월 후, 그 오빤 일본 요리유학을 갈 거라는 걸 알고 3개월간 유예기간을 주셨던 것 같다. 당연히 out of sight, out of mind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5. 물론 나도 소위 명문대 다니면서 얼굴 잘생기고, 착하고, 나 좋아해주고, 키크고 체격 좋은 남자친구를 왜 원하지 않았겠나. 하지만 머피의 법칙처럼 내가 마음에 들어하면 상대방은 뜨뜻미지근했고, 내가 별로라 생각하면 상대방은 적극적이었다.
6. 그러다가 일본오빠와는 헤어지고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혼자 매일 쳇바퀴 돌리듯 공부하려니 심신이 힘들었지만, 외로움따윈 익숙해진지 오래였고 어짜피 목표는 공부와 고시패스였기 때문에 큰 데미지는 없었다.
7. 고시생들 중 좋은 학벌은 발에 채이고 (90퍼센트 이상이 스카이), 중간중간 나 좋다는 분들과도 공부로 의기투합해 봤지만..역시나 나는 체격도 보고 얼굴도 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해야 했고, 그 사람이 편해야했다.
8. 내가 편해야 된다는 말은..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나는 자기주관도 뚜렷하고 내 생각에 대한 확신도 있고..무엇보다 상대방이 날 깔본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못견뎌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상대방에게 맞추는 것 보다, 상대방이 나에게 맞춰주는게 좋았다. 날 가르치려는게 아니고, 내 생각이 설사 자기생각에 반하더라도 잘 경청해주고 이해해주고 보듬어주는 사람이 좋았다.
9. 하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흔히 (엄마들이 좋아하는) 고스펙의 남자를 만나 연애하다보면 쉽지 않았다. 고스펙일수록 나만큼이나 예민했고, 자기주관도 있었으며 갈등도 생겼다. 처음엔 나도 고스펙에 전문 자격증에, 뭔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잘나가는 사람을 보면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낼 수록 쉽지 않다 느꼈다.
 물론 중간중간 그럼에도 내가 좋아 나에게 맞춰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랑은 타이밍이라 했던가. 나는 준비가 안되었는데 당장 유학을 가자고 하거나, 나는 아직 그 사람이 재밌는지 모르겠는데 그 사람 혼자 직진하다가 반응 없는 나에게 실망하고 돌아선 사람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사람을 내가 정말 결혼하고 싶었을 때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상상도 해 본다. 그럼 지금이랑 완전 다른 삶을 살았을까? 난 만족하며 살고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지만, 쉬이 그려지진 않는다.
10. 그 밖에도 생긴게 마음에 들지 않거나, 초 예민하게 보여서 엄마에게 퇴짜맞은 남자친구도 있었다. 그 때도..결혼하겠다는 것도 아니었는데 사귄지 3개월만에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스트레스만 받다가 남친과의 다툼이 잦아져서 헤어지게 되었다.
 그 사람과의 에피소드는 길고 강하다. 나는 30살 되던해, 공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서울에서  380km 떨어진 허허벌판으로 같이 내려갔고 회사에서 동료를 만나 사귀게 되었다.  AICPA에 세무사 자격증까지 있는 사람이 멋져 보였고, 주위에 휩쓸려 노느라 시간보내지 않고 묵묵히 자기계발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사귀게 된 선배였다. 사귄지 3개월 되었을 때, 그저 엄마에게 소개해 주고 싶어서 (not 결혼, just 소개) 엄마가 자취집에 방문하는 타이밍에 맞춰 밥을 먹기로 했다.
 엄마는 그 선배를 보자마자 인상을 찌뿌리셨다. "초예민하게 생긴게 내 딸을 괴롭힐 것 같다"라는게 이유셨다고 하는데, 한정식 집에서 그 선배를 앞에 두고 "너네 집에서 집 해줄 수 있니, 돈은 얼마나 모아뒀니" 질문폭격에 + 의사사위를 얻은 동네 친구엄마와 그 딸(나와 고등학교-대학교 동창이었다)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난 대체 엄마가 왜 이러시나.. 적어도 내가 아는 엄마는 그래도 매너와 예의가 있으신 분인데, 아무리 그 선배가 마음에 안든다 해도 이렇게까지 상대방 면전에서 격 떨어지는 이야기를 해야하나.. 싶어 매우 실망했고 그날로 대판 싸우고 한달 이상을 말을 안했던 것 같다.
 결국 그 선배는 엄마가 자길 싫어하는 걸 눈치 못챌 수 없었고, 그렇게 근 1년은 매번 눈치보며 다투다가 서로에게 스크래치만 엄청 남긴 채 헤어졌다. 나는 확신한다. 엄마가 아니었더라도 그 선배랑은 길게 갈 수 없었을 거라고. 왜냐면 앞에서 말했던 이유 +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선배에 진짜 모습이 보였고, 그게 나랑 맞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었으니까.
 시간이 지나 엄마와 나 관계는 다시 풀어졌지만, 아직도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면 엄마는 나에게 '미안하다'라는 말보다는, "그 때 그딴 놈을 데리고 온 네가 너무 미웠고 싫었다. 들으라고 한거야 그런 이야기"라고 말씀하시며 "그렇다고 너는 나한테 말도 안하냐?"라고 엄마 감정만 기억해 내셨다.
11. 암튼 그렇게 엄마는 철저히 스펙으로 사람을 나누는 듀오에 날 데뷔(?)시켰다. (그것도 그 선배와 사귀고 있었을 때) 남친과 데이트 하고 있는데, 듀오매니져라고 전화가 왔을 때의 그 당혹감...겪어본 자들 아마 몇 없을걸?
12. 그렇게 자포자기 상태로 듀오에 나가봤다. 3명즘 만나봤나. 하...욕이 나올만큼 혹은 내 자존감이 바닥을 칠만큼 지방 공기업 다니거나 선생님하는 노총각(모쏠인가)이 나와 내 눈도 못 마주치고 긴장하다가 돌아갔다. 나 이런분이랑 만나려고 그 사단을 벌였던가?
13. 엄마는 듀오매니져에게 전화해서 소위 부잣집(청담동 산다고 했나..)에 직장 좋고(전문직이고) 얼굴 잘생긴 괜찮은 신랑감을 달라고 했고, 내가 먼저 프로필에 좋아요를 몇몇에게 눌러줬으나 끝끝내 응답이 오지 않았다.
14. 난 엄마에게 이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엄마 그런 집에서, 사위 키 몇개 해줄만큼 부자도 아니고, 아버지는 먼저 돌아가셨고, 아직 공무원 시험준비 중인 오빠가 있고, 백화점 근무하는 엄마에, 그냥 공기업 다니는 나이 있는(31살) 여자애를 며느리로 들겠어? 연애결혼이면 몰라도 더더욱 중매로는 안하지..”
15. 그러다가 내 나이는 차고, 나도 중간중간 유학파에 사자 달린 전문직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하나같이 하..너랑 결혼할 바엔 그냥 혼자 살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자괴감에 빠져 있을 즘. 눈에 넣어도 안아픈 지금의 내 남편을 만났다.
16. 내가 남편과 연애하고 결혼할 줄이야..! ㅎㅎㅎ 인연은 어디서 만나게 될 줄 모른다 했나. 남편은 당시 내 헬스 트레이너였고, 결혼할 줄 몰라 전 남친에 대한 흉들을 꽤나 많이 본 사이였다. 남편과는 대화를 많이 하면서, 그리고 운동을 많이 하면서 친해졌고 등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를 알아갔으며, 그렇게 우리는 진지하게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엄마는 "그딴놈 만나지마"라고 고래고래 악을 썼고, 오빠는 내가 남편과 데이트라도 하는 날이면 옆에서 "다큰 여자애가 몸 함부러 굴리고 다닌다"라는 막말을 시전하며 엄마 편을 들었다.



결혼을 하고, 엄마에게 잘 하는 남편을 보며 엄마는 가끔 "너 결혼 잘 한 것 같아. 참 마음에 들어"라는 말도 하셨다. (사실 나는 이런말 들을 때 기분이 좋다기보다, 그냥 엄마랑 대화하고 싶지 않다. 그냥 다 가식적으로 보이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자기 감정에만 충실한 그런 이기적인 말 같아서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들면 (남편 자체가 싫은 것 보다, 남편의 집안환경이 마음에 안드시는거겠지) 너같은 애(엄마는 아직도 내가 고스펙의 얼굴 몸매 하나도 빠지지 않고 잘 나가는 알파걸인줄 안다. 아니 믿고 싶은건가)가 왜 이런 결혼을 했는지라고 혀를 찬다.
그래서 지친다. 아 지긋지긋하다. ㅎㅎㅎ


나도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꼭 지키고 싶은 게 있다.
1. 딸의 남자친구에 대해 초반부터 너무 걱정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기.
2. 딸이 남자친구를 스스럼없이 소개시켜 줄 수 있는 그런 가정 만들기 (ex. 식사초대, 엄마아빠에게 고민 공유 등)
3. 연애할 때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표현하고 자신을 잘 지킬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추도록 성교육 잘 시켜주기
4. 많이 만나봐야 본인이 어떤 성향이고, 어떤 사람과 잘 맞는지 파악할 수 있으므로 연애 권장하는 엄마 되어주기
5.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좋은 사람을 보는 눈을 기르고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항상 염두해 두고 교육시키기
6. 무엇보다, 딸이 좋은 사람이면 당연히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라는 진리를 항상 기억하기
7. 굳이 한가지를 보라고 조언한다면, 사귀는 사람의 부모님과 언어가 어떤지 체크하라고 비법 알려주기
(ex. 좋은 부모님관계, 좋은 언어)


과연 나도 내 딸이 남자친구를 데리고 온다면 마음에 안들어할까? 난 너무 귀엽고 웃길 것 같은데...ㅎㅎㅎ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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